제자훈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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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세족식을 하고 나서 조회수 : 792
  작성자 : 박종설 작성일 : 2019-04-01

깊은 사색을 즐기는 것이라고 과대 포장되어 온  나의 무뚝뚝함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나, 집안 가족들과 있는 시간처럼 편안한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나의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제자훈련 17기 선배님이신 라엘이 엄마는 뜬금 없이

발을 씻겨 준다고 하니, "당신? 숙제하는거야?" 라고 정곡을 콕 찔렀고 아무 것도 모르는 라엘이만 아빠랑 물장난

하는 줄 알고 좋아했다.

난 약간 멋쩍긴 했지만, 따뜻한 물을 받아서  라엘이 엄마의 발을 먼저 씻겨주었다. "숙제야?" 라고 하면서

나에게 팩트 폭행을 가하긴 했지만, 귀가 후에 야구중계만 보던 내가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맘에 들었는지, 라엘이에게 "아빠~매일 매일 씻겨줘 해봐" 라고 말하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면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늦은 나이에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면서 열심히 살아 온 흔적들이 내 손의 촉감에 고스란히 느껴져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또 오랜만에 라엘이를 씻겨 봤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나서, 학교 다닌다고 라엘이 엄마한테 맡겨놓고 공부만 하다가 오랜만에 딸아이를 씻기게

되어서 라엘이한테도 미안했다. 그저 발 한번 씻겨 주는건데 저렇게 좋아할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깨달음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입으로 섬김을 얘기하면서도 나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나는 항상 남을 생각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외식하는 기도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제자훈련을 받는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섬기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떠 올리면서 아직 나의

갈 길이 참으로 멀지만 그래도 이번 깨달음이 앞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단초가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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