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세족식을 하고 | 조회수 : 941 |
작성자 : 지광준 | 작성일 : 2019-04-02 |
“오늘 주의보(풍랑주의보)가 떠서 섬에서 못나가 아들~”
주일 저녁, 세족식을 준비하며 평소처럼 전화로 어디쯤 오고 계시는지 여쭤보니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벌써 4년째 접어든 섬 교회에서의 목회일로 또 매번 오가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려 이번기회에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참 당황스러웠다.
별 수 없이 동생에게 발을 씻겨주겠다고 하자 하기 싫다며 질색한다. 저녁거리로 햄버거를 사다주고 별별 아쉬운 소리를 하며 물이 담긴 대야를 내밀자 다행히 허락해주었다.
“이거 왜 하는 거야?” “응, 과제야” “그럼 사진이라도 찍어야해? 씻는 거 시늉만이면 찍어줄게 그걸로 끝내자” “응 안돼 진짜로 해야 돼” “형, 간지러워” “금방 끝내줄게”
씻기면서 대화를 나누는 내내 하도 간지럽다고 해서 일찍 끝내버렸다.
녀석 발은 왜 이리 고운거야
부모님께 해드리는 세족식이었다면 주님의 나라를 위해, 우리 가정을 위해 고생하시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느끼며 쓸말도 많았겠지만 대상이 동생이다 보니 확 느껴지는 건 없었다.
곱*어보니, 동생과 교류가 많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동생과의 교제에 힘쓰지 않았던 지난날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가까이에 있기도 했고 성격이 워낙 달라 잘 못 챙겨줬었다.
부끄럽지만 지금은 그 다름으로 인해 서로 잘 이야기하지 않는 동생의 발을 씻기기 부담스러운 마음 또한 있었다. 챙겨줄 때에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랑하기보다는 그래도 동생이니까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준다는)하는 심정으로 챙겨준 경우가 많았다. 작다고 느껴 놓치기 쉬웠을 마음들이 떠올랐다. 섬김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말이다. 또 결코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회개했다. 또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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