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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가족들의 발을 씻기고 조회수 : 715
  작성자 : 김미영 작성일 : 2020-03-12

가족들의 발을 씻기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주는 것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리고 몸이 불편하신 엄마에게를 제외하곤 없었는데 제자반 숙제를 완수하고자 가족들의 발을 씻기게 되었다. 모두들 처음엔 극구 사양을 했다. 아마도 스스로 씻을 수 있는 발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쑥스럽고 어색해서였을 것이다.

먼저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처음엔 무좀 옮는다고 사양하다가 제자반 숙제라 하니 못이긴척 따라주었다. 발이 너무 커서 세수대야 한쪽에 다 담기지도 않는다. 따뜻한 물로 씻겨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발에 무좀이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소 섬김의 본이 되셨던 예수님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그들의 죄도 상처도 사하시고 치유해 주셨겠구나 싶다.

딸의 발을 씻겨주면서 역시 직업은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딸의 발을 씻기다보니 발바닥에 티눈이 있는 것을 알았다. 걸을 때 아팠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픈 사람 치료해주고 돌보는 것이 일상이지만 정작 가족들과 나의 상처에는 많이 무심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좋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겠다.

끝까지 씻기를 거부하던 아들의 발을 씻겨주며 참 많이 컸구나 싶다. 키도 몸집도 훌쩍 커버린 아들. 학업에 눌려 요즘엔 함께 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음이 아쉽다. 예전에 어떤 분이 아들이 고등학생 때 넘 안쓰러워 귀가하면 꼭 발을 씻겨주셨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물론 엄마의 정성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분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발은 가장 신체중에서 가장 고생하며 험하게 일하는 부분이기에 이를 씻겨주며 만져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안고 토닥토닥 해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족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자칫 너무 편하고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안좋은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붓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번에 발씻김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예수님의 마음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오늘 씻겨준 우리가족의 발걸음을 주님이 동행해 주시고 빛의 길로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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